테스트

카테고리 없음 2016. 8. 29. 06:28
테스트


Posted by manual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제혁 기자


<편집자주>


<레디앙>은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 전 비서관은 개혁적 성향의 경제평론가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이후 약 2년 반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경제 관련 정책을 보좌했다.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은 한미FTA의 숨겨진 내막에 대해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참여정부가 미국에 먼저 구걸…미, “4개 선결조건 해결하면 해주지”


-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또 이해 못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 급하게 한미FTA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뭐냐는 것입니다.


= 대연정 때부터 조급증이 있는 것 같아요. 임기 내에 뭔가 하나 건수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대연정은 여야가 손을 잡고 국내 개혁을 하자는 얘기였거든요. 결국 그게 실패하니까 외부 쇼크로 국내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한미FTA는 그런 개혁 조급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농간을 좀 부린 것 같고요. 김현종 본부장이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잘 했대요. 당초 미국은 일본과 FTA하고 싶어서 한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노무현 정부가 너무나 애원을 하는 바람에 4가지 선결조건을 해결하는 국내 조정능력을 보여주면 한미FTA를 시작하겠다고 그랬대요.


그걸 9월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 보고했고, 또 10월에도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본부장,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데, 여기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해요.


그 다음부터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었죠. 4대 선결조건이 10월, 11월, 1월에 다 해결된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재경부가 계속 몰아붙이는 걸 그동안 부처들이 끝까지 버텨왔던 건데, 4개월 만에 4가지를 다 풀어준 거예요.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이렇게 될 수가 없어요. 현 정부가 한미FTA에 목을 매달았다는 증거죠.


- 김종훈 한미FTA 수석부대표는 최근 한겨레 기자에게 미국 요구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려 하니까 미국이 급하게 끼어들었다는 거죠.


= 다 거짓말이에요.

 

“FTA 협상 자체가 법적 하자 있다”


- 지난 2월 정부는 군사작전 하듯이 협상개시 선언을 했는데요. 절차적 하자는 없습니까.


= 협상 시작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했어요. 대통령 훈령 제121조 FTA절차 규정 위반입니다. 공청회를 실시하도록 되어있는데, 공청회라고 하는 것의 취지는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국민들의 뜻을 또 충분히 듣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자기들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농민 시위를 핑계로 20분 만에 끝내버렸어요. 법률적 하자가 있어요. 행정소송 붙으면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하고 비교해볼까요? USTR(미 무역대표부)는 협상 개시 전 3개월 동안 의회에 꼬박꼬박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공청회 자료도 두툼해요. 그것도 우리처럼 정부 대표가 뭐뭐 하겠다고 발표하는 게 아니라 업계 대표가 발표합니다.


USTR이 이걸 다 듣고 정리해서 의회에 보내는 거예요. 의회에 우리는 어떻게 협상하겠다, 마지노선이 뭐다 다 보내는 거죠. 근데 우리는 그런 거 하나도 안했어요.


FTA는 원래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는 것이고 또 한나라당이 추진하면 그건 어울린다고 봐요. 그런데 한나라당조차 이야기 않는 걸 열린우리당이 강행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걱정하는 건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이고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10개월 만에 졸속으로 추진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물론 한나라당이 세부 내용을 가지고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 물고 늘어질 수는 있는데, 기본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손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 협상 기간도 굉장히 짧죠.


= 10개월 내에 제대로 된 협상을 끝낸다는 건 불가능해요. 국내법에 따라 5월 이후에야 본 협상이 시작되고, TPA(미 무역촉진권한)가 내년 7월 1일로 끝나는데 그 3개월 전에는 미 의회에 제출해야 하니까, 결국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건데요. 미국 같은 나라하고 제도나 규범을 바꾸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FTA를 10개월 만에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법안 하나 만드는 것도 몇 개월씩 걸리는데. 이건 법안 수십 개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국내법 고치는데도 1년은 걸릴걸요. 미국 요구대로 국내법 고치는 것도 말이죠. 불가능한 일을 한다고 하고 있으니까 더 문제죠.

 

- 한덕수 부총리는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면 국내 제도를 다 뜯어고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 맞아요. 도량형, 법률, 사회제도 모든 것에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나 미국식 제도는 미국에서만 가능합니다. 글로벌스탠다드가 될 수 없어요. 미국은 달러라고 하는 기축통화를 갖고 있어요.


사실 미국과 같은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갖고 있다면 위기에 들어가도 엄청난 위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한국, 중국, 일본이 재정적자를 메워주고 있잖아요. 그건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또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세계의 인재가 다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한거죠. 그게 안 되는 나라에서 무작정 하면 큰일 나는 겁니다.


- IMF 이후 미국식 제도가 도입된 것처럼 말이지요.


= 이렇게 보시면 돼요. IMF 관리체제는 주로 금융 부문에서만 왔잖아요. FTA는 서비스를 포함한 전 부문에 걸쳐 IMF 관리체제가 도입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조업은 덜하겠지만 서비스업은 엄청난 위기가 올 거예요.

 

“FTA 2-3년 준비했다는 거 다 거짓말”


- 노무현 대통령이나 경제 관료들은 한국 제조업의 성장성 한계를 보는 것 같아요.


= 중국 위협론이죠. 머지않아 제조업은 우리가 중국한테 다 먹히고 말 거다, 이런 겁을 주는 건데요. 그런데 언제 우리가 일본 따라잡았습니까? 아무리 저임금 해도 일본 따라잡지 못하잖아요. 제조업은 그렇게 쉽게 따라잡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한미FTA는 중국 대신 미국을 데려오겠다는 거예요. 이건 외교 안보정책상으로도 엄청난 실패 케이스예요. 그나마도 조용히 했으면 모르겠는데 안보 동맹을 위해 경제동맹을 했다, 이런 식으로 관료들이 떠들어댔어요. 김종훈 수석 부대표는 “한미간에 상호방위조약이 있다. FTA 체결은 경제동맹이다. 한국은 이번 FTA를 체결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중심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했어요. 이건 굉장히 위험한 말이에요. 탄핵감이죠. 저 같으면 탄핵했어요.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 논평은 없지만 지금 중국 언론 떠드는 거 보면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위한다고 보도하고 있어요.


- 지난 3월 22일 닝쿠푸이 주한 중국 대사가 “주한미군이 제3국을 상대로 활동한다면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 중국입장에서는 중국 포위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중국은 아세안하고 중국하고 러시아, 북한을 잇는 선을 만들어서 대응할 테니까 남북관계에도 좋을 게 없죠.


-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전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게 더 이상해요. 제가 좀 추적을 해봤는데, NSC가 개입한 흔적이 전혀 없어요. 김현종 본부장과 한덕수 부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이렇게 딱 세 사람이 밀실에서 결정한 겁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정문수 보좌관과 점심 먹으면서 한미FTA가 왜 이리 급하게 가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작년 9월 대통령의 코스타리카 순방 때 얘기된 이후 그렇게 됐다고 하더군요.


제가 있던 작년 5월까지, 또 제가 그만 둔 다음에도 9월까지 한미FTA와 관련된 말은 전혀 나온 적이 없었어요. 한미FTA는 최후의 대상이었어요. 동북아위나 자문회의의 전략이란 건 아세안, 일본, 러시아 등과 경제 협력을 우선 확대해서 우리의 중심을 잡은 다음에 중국과 미국을 경쟁시킨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건 전혀 계획에도 없었고 로드맵에도 없었어요. 2-3년 준비했다는 거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대통령이 2월에 저를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으로 발령하면서 당부한 게 4가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한일FTA였어요.


일본과의 한일FTA 때문에 내가 잠이 안 온다, 그러시더라고요. 보고서는 많은데 믿을 만한 게 없으니까 믿을 만한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 그래서 제가 8개 기관을 동원해서 10개월간 만들었죠. 그 보고서가 막 완성되는 시점에 한미FTA로 주제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 이전에는 한미FTA를 검토한 적이 없습니다. 관련 보고서도 정부가 내놓은 게 3권에 민간에서 만든 거 더해도 다해서 10권밖에 안돼요. 한일FTA는 정부에서 만든 게 25권, 민간 포함하면 100권이에요. 보고서의 양으로도 10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느닷없이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거예요. 훨씬 크고 훨씬 까다로운 나라하고,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말입니다.

 

“외교통상부의 반박은 거짓말입니다”


- 지난달 30일 외교통상부 북미과장이란 분이 한미FTA에 대한 선생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프레시안>에 실었습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적 없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반박의 요지였습니다.


= 제가 FTA 관련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 이건 사실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FTA를 담당했던 2월에서 5월까지 저는 한 번도 한미FTA 추진에 관해서 보고를 받거나 상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또 국민경제자문회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후 9월까지도 자문회의나, 그 산하 분과 중 주로 FTA 관련 업무를 맡은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검토된 바 없습니다. 이것 역시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 결정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2004년 8월 대통령께서 경제보좌관에게 FTA 업무를 총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런 맥락에서 대외경제위원회의 상위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보좌하는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었던 저는 당연히 FTA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제가 FTA 정책결정라인에 있지도 않은 사람인데, 대통령이 제게 한일FTA 연구를 지시했겠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제가 있는 동안에도 대외경제위원회를 개최하기 위해 수시로 통상교섭본부 및 실무기획단과 협의해온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2005년 5월 27일까지만 해도 FTA 업무를 총괄하는 자문회의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자 대통령 1급 비서관이었던 저도 모르게, 그리고 반드시 사전협의가 되었어야 할 청와대의 여타 부서나 NSC조차도 모르게 한미FTA를 ‘철저히 준비’ 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에게만은 사전에 꾸준히 보고했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기존의 추진체계와 역할분담을 깡그리 무시하고 진행되었다면 거기에는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대통령-김현종 직거래, 청와대 내부도 공유 안돼”


- 한덕수 부총리나 이쪽 면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보면 경제논리에 따라 추진됐다고 봐야할까요.

 

= 그 사람은 그냥 친미주의자예요. 한덕수 부총리의 개방론과 외교부의 숭미주의가 결합됐다고 보면 돼요. 김현종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는 생각이었겠죠. 사실 김현종 본부장과 좀 친했어요. 나이도 비슷했고.


- 청와대 경제정책 수립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 모든 정책은 정책실을 거쳐요. 위원회는 정책위원장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해요. 부처는 정책실장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하죠. 지금은 위원회도 정책실에 넣었기 때문에 위원회건 부처건 정책실을 통해 대통령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한미FTA에는 정책실장이 관여했는지 모르겠어요.


한미FTA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현종 본부장이 직거래한다고 보면 돼요. 이게 얼마나 비밀리에 추진되는가 하면, 제가 사실은 2월 16일이 한미FTA 확정일이라는 걸 알아서 보고서를 좀 얻으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평소에 웬만한 보고서는 비서관들 통해 다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보고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그날 와서 배부하고 바로 걷어갔다고 하더군요. 사실 별 내용도 없었다는데.

 

실무기획단, 국내팀 vs 국제팀 갈등 속 국내팀 제거해


아무런 전략도 없고 내용도 없는 걸 가지고 비밀을 유지하면서 대통령과 직거래하고 있으니 그게 굉장히 위험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고 김현종 본부장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에요. 지금 수석대표도 경제 전문가가 아니에요. 내가 국민경제자문회의 있을 때 가서 보니까 외통부 산하에 통상교섭본부가 있었고 그것과는 별개로 범정부 차원의 조직인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이 있었어요. 산자부 1급이 단장이었고 실무는 상근조직의 총괄책임자인 재경부 국장이 담당했어요. 그 외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있었죠.


통상교섭본부가 대외 협상을 주로 담당했다면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은 통상교섭본부를 견제하면서 협상 과정에 참여하려고 했던 건데, 이 둘 사이의 파벌싸움, 대립과 반목이 너무 심했어요. 그래서 제가 조정회의도 만들고 또 실제로 회의도 몇 차례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실무기획단이 제거당하고 통상교섭본부로 일원화한 거예요. 지금은 아마 외통부 라인이 협상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을 거예요.


- 다른 나라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협상 전략을 숨기나요?


= 다른 나라는 이런 일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 왜 그럴까요? 내용이 없기 때문일까요, 숨겨야 할 내용이 있어서일까요?


= 저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대통령의 논리는 제조업이 중국에 잡아먹힌다, 그러므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서비스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다, 고로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 이거예요. 서비스업을 개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한미FTA의 핵심이에요.


그런데 서비스업만 개방하나요. 농업도 박살나죠. 또 서비스업 개방하면 결국 우리가 다 먹히는 거예요. 금융에서 다 경험했잖아요. 국내 대형 로펌은 다 먹힐 거예요. 꽤 세다고 하는 독일도 FTA 하고 나서 7개가 먹혔어요.


- 서비스부문 고용창출 효과는 어떨 것이라고 보세요?


= 생각을 한 번 해보세요. 의사, 변호사 다 고급 자격증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늘어봐야 얼마나 늘겠어요. 컨설팅업은 좀 늘겠죠. 그러나 전문성이 있는 분야기 때문에 늘어나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수요가 늘어난다고 공급이 늘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공급 독점이 되기 쉬워요.


- 서비스 질이 높아져 소비자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그럴 수도 있죠. 대신 값은 훨씬 비싸집니다. 중요한 건 공공서비스가 무너진다는 거예요. 병원을 보세요, 모든 병원을 의료보험 지정기관으로 놓는 것이 강제지정제도입니다. 미국 의료기관이나 보험회사 들어오면 가장 먼저 강제지정제도부터 폐지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영리법인이란 돈을 벌어야 하는 건데 의료보험 때문에 돈을 못 벌겠다,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겠다, 그러니 강제지정에서 빼달라 이거죠. 국내 대형 병원들은 당연히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겠죠. 이렇게 큰 둑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겁니다.


건강보험제도는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져 온 거라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격찬한 보고서 있잖아요?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비전’이라는 보고서요. 대통령이 보기에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 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격찬한 보고서. 그 보고서는 사실 노 대통령이 개방을 강조하니까 거기에 맞춰 장밋빛 그림을 그린 거거든요. 바로 거기에 보면 교육영리법인 허용, 강제지정제도 폐지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그 보고서를 가지고 공무원들이 토요일 워크숍을 했어요. 그러면 그게 대통령 지침이 되는 겁니다. 정말 이러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 국내 대형 병원들은 의료개방을 찬성하는 입장이죠.


= 대형병원은 자기들 영리법인 문제 때문에 의료시장 개방을 주장하고 있어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요. 미국 병원 들어오면 삼성, 현대 병원 영리법인화 시켜달라고 할 거고 이 병원들이 건강보험에서 발을 빼버리면 박정희 이후 지금의 건강보험은 다 무너진다고 봐야죠.


- 이미 민간의보는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민간의보를 활성화하려면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피보험자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금감원은 거기에 수긍하는 듯한 얘기를 흘리고 있거든요. 정부 하는 걸 보면 민간의보 전면도입이나 강제지정제도 폐지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재경부 의도가 실제 그럴 거예요. 교육과 의료는 재경부가 진작부터 개방하고 싶어 했던 거죠. 오히려 금융 부문은 재경부가 직접 손을 대야하는 거고 문제 생기면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개방하기 좀 찝찝했을 거예요. 복지부나 교육부 입장에선… 교육부는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교육시장 개방하면 교육부의 통제권이 없어지면서 공교육체계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미국의 영리 교육법인들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 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더라도 만약 우리나라에서 더 욕심을 내서, 지금 경제자유지대에서 재경부가 그 짓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같은 비영리법인도 여기 들어오면 영리법인으로 허용해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 이래서 예컨대 하버드가 분교가 들어온다, 그러면 다 깨지는 거죠. 연대, 고대 다 역차별 시정 요구하면서 영리법인화를 요구할거고, 그러면 공교육은 다 깨지는 거예요.

 

“노무현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보? 안 될 겁니다”


- 한미 FTA를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논거는 전부 조작이고 날조라고 비판하셨는데요.


= 우선 2-3년 준비했다는 것부터가 거짓말입니다. 실제로 제가 동북아위에 있거나 자문회의에 있을 때 한미FTA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 지난해 5월까지 FTA는 제가 담당했어요. 행담도 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요. FTA 담당 비서관이 연구를 안했는데 누가 연구를 했겠어요. 적어도 작년 5월까지는 안했어요.


제가 청와대를 떠난 다음에는 김수현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이 제 후임인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왔는데 그 사람이 와서 한 건 부동산 관련 정책밖에 없어요. 만약 제가 나간 후 5월에서 10월 사이에 한미FTA가 문제 됐다면 김 비서관이 나한테 와서 상의를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 얘기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보면 한미FTA는 10월에 갑자기 터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도 한국과의 FTA가 절실하다’거나 ‘미국과 먼저 FTA 협상을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거나 하면서 한미FTA의 기회 요인을 심하다 싶게 강조하고 있고, 또 그것에 대해 선생께서는 굉장히 혹독한 비판을 하셨는데요.


= 요즘 하는 걸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없어져야 할 조직이에요. 유해한 조직입니다.


- 데이터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시는 건가요?


= CGE모델(일반연산균형모델)은 경제학의 일반균형모델을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규격화되어 있어요. 다만 그 나라의 탄력성 수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거죠.


CGE 모델에서 말하는 장기(long term) 개념이라는 건 10년, 20년 하는 자연의 시간 개념하고는 달라요. 자본이 축적돼서 효율적으로 재분배되는 기간을 말하는 겁니다. 거기에는 이미 생산성 향상이라는 변수가 개입되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1% 생산성 향상이라는 외부 쇼크를 더 얹은 겁니다. 그게 말이 돼요? GDP가 7.7% 성장한다는 건 현재 5% 수준인 우리나라 NAIRU(물가안정실업률-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 성장률)를 8% 수준까지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가 엄청날 거라는 얘긴데, 그게 가능할까요.


- 특정한 의도를 가진 통계적 조작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생산성 1% 상승이라는 외부 쇼크를 모델에 넣은 것은 그냥 자의적으로 해본 것입니다. 거의 장난 수준이죠. 재밌는 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두 번째 보고서에는 무역수지가 따로 안나와 있다는 거예요. CGE모델을 돌리면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는 건데 말이죠. 그걸 왜 뺐을까요. 짐작이 가는 점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아직 없습니다. 곧 밝혀지겠죠.


- 로버트 라이시의 이론을 얘기했는데 설명을 해주시죠.


= 라이시는 클린턴 행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인데, 석학이죠. 「Work of Nation」을 보면 이제 미국은 상징조작가의 나라가 돼야 한다, 그게 뭐나면 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 고급서비스업을 말하는 거거든요, 그런 말이 나옵니다.


미국은 고급 서비스업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는 부가가치 낮은 업종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얘깁니다. 그걸 지금 우리가 하겠다는 거예요. 그것도 미국을 들여와서요. 「미래를 위한 약속」에서 라이시는 자기비판을 많이 해요.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거죠. 특히 의료는 엉망이 됐어요. 미국계 병원이 지금 그래요. 가난한 사람이 병원에 못가잖아요.


- 양극화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일관되어 있는데, 경쟁을 심화시키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양산되면 이들을 사회적으로 부조하겠다는 얘기거든요.


= 정확히 IMF 신자유주의죠. 그러나 우리 개혁파의 주장은 사회적 안전망 수준을 최대한 높이고 위에 있는 사람들은 너희들끼리 싸워라 이렇게 하는 거였어요. 거기서 논리를 더 발전시켜 ‘중간 지대’라는 개념을 설정했는데, 이정우 선생과 제가 쓴 양극화 보고서에도 그 내용이 나옵니다. 참여경제론 이런 이름으로요. 주요 내용은 관련 기업이나 기관 등을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클러스터의 육성이나 근접 금융 정책 강화 등 시장친화적인 산업정책이었죠.


그런데 정부는 다시 신자유주의로 돌아간 거예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증세하려면 소득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바로 서비스업에서 찾겠다는 논리예요.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사업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뒷받침하면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이런 주장인데, 맞아요, 그렇긴 할 겁니다. 그런데 FTA를 통해 이걸 미국이 다 먹어버리면 값이 무지하게 비싸질 거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은 절대 이용 못 할 거다, 그게 제 판단입니다.

 

한미 FTA 하면 양극화 심해질 수밖에


- 신자유주의 담론을 굉장히 원론적으로 실천하는 거죠.


= 당연한 겁니다. 한미 FTA를 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져요. 그거 메우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세금을 올린다는 건데, 저는 증세 찬성해요. 세금을 더 걷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 찬성해요. 그런데 노무현 정부, 재경부에 둘러싸인 현 정부가 증세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


- 현 정부가 재경부에 둘러싸여 있다는 말은?


= L의원(이광재 의원)이 재경부하고 삼성하고 착 달라붙어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했어요. 대통령 최측근이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사실 386들이 운동을 했고 정의감은 있지만,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어요. 국회 안 오면 딱히 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관료하고 당료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돼요. 안 그러면 자기들 목이 날아가니까.


전문성 있는 사람들은 소신 있게 얘기하고 그만두면 되는데, 이 친구들은 전문성이 없으니까 자리 보전하려면 재경부에서 만들어주는 쌈박한 보고서에 그냥 넘어가는 거죠. 그 논리에 빠지게 되어 있어요.


이정우 선생을 마지막으로 이른바 개혁파가 다 쫓겨났어요. 그 다음부터는 재경부를 통제할 데가 없게 된 거죠. 재경부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랬어요. 인수위에서 우리가 그리 갈 때 ‘1년 안에 너희들 다 쫓아내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2년 버텼으면 잘 버텼죠, 뭐. 정확히 2년 반 버텼네요.

 

“한미FTA가 성공하면 나라가 망하고, 실패하면 정권이 망한다”


- 재경부나 삼성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됩니까?


= 삼성이 재경부 안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에 드러난 것 있잖아요. 금산법 안 만들 때 ‘김&장’하고 삼성 쪽에서 만든 거. 지금 이거 재경부가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정책 만들 때 업계 의견을 참고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 물류 산업이라는 게 거의 소규모고 대규모라고 해도 종합물류산업이 아니에요. 그래서 기획물류산업과 관련된 정책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류 산업 관계자들 다 불러서 얘기를 듣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료를 다 만들어 와요.


물론 자기들 유리하게 써오는 게 있죠. 그래서 국책연구원에서 연구한 거, 민간에서 가져온 거, 공무원들의 판단 이런 걸 종합해서 정책을 만들어요. 그런데 재경부는 기본적으로 삼성거만 가지고 만들어요.


- 그게 고위담당자의 의지가 반영돼서 그런 건가요, 아님 실무자들의 정책적 판단 때문인가요.


= 국장쯤 되면 삼성맨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술값 계산 안 해요. 삼성 사람들이 하지. 일차는 자기 돈으로 해요. 밥 먹는 정도는. 자기 카드가 있으니까. 그런데 2차는 삼성이 해요. 제가 그런 농담도 했어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정부에서 나보고 들어오라 그래도 안 들어간다.

 

“386이 재경부 앞잡이 돼서 개혁파 몰아내요 ”


그런데 꼭 한 군데 제가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국정원이라고요. 국정원에 가고 싶어요. 국정원에 가서 재경부하고 삼성 유착을 낱낱이 다 밝혀내고 싶어요. 가령 이동걸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문제 건드려서 옷 벗은 겁니다. 이동걸 부위원장이 더 건드리지 않겠다고 사실상 항복을 했는데도 온갖 군데에서 로비가 들어오는데, 이정우 선생하고 저하고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 그 거대한 압력과 로비를… 아…  정말 견뎌낼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런 로비와 압력이 전부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와요. 386들이 재경부 앞잡이가 돼서 개혁파들을 다 몰아내요. 그 친구들은 아는 게 없고 자기 철학이 없기 때문에 재경부가 논리도 있고 잘 하는데 저 선생들은 왜 저렇게 반대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 특정인이 주도하는 건가요?


= 386들 전부 다예요, 다.

 

- 지난 2월 기사 보니까 안희정씨는 노무현 대통령께 FTA에 대해 진언을 했다고 하던데요.


= 아니에요. 안희정이는 한 마디도 안 했어요. 원래 제가 원했던 건 저와 이정우 선생, 반대편에 한덕수와 김현종, 이렇게 불러서 양측이 싸우고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부른 내용을 보니까 저와 안희정, 문성근 선배와 이창동 전 장관 이렇게 세 사람만 불렀더라고요.


모인 사람들 보고 제가 눈치를 챘어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니들이 아무리 반대해봐라,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거예요. 들을 생각을 전혀 안하시고 부른 거죠. 한 두 시간 얘기했는데, 제 생각에 논리적으로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그래도 대통령은 자신이 가던 길을 계속 가시겠다는데요, 뭐.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사람을 완전히 무시해요.


그 자리에서 제가 그랬어요. 정말 서비스업이 중요하고 중국위협론이 중요한 논리라면, 그렇다면 DDA(도하개발아젠다-9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에 의해서 서비스업을 대폭 양허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이죠. 그렇게 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좋은 기업들도 올 거고 여러 면에서 훨씬 좋을 거라고요. 그 말씀을 드렸더니 그 생각은 못해봤네, 그러시더라고요.


대통령의 인식대로 국내 개혁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목전에 위기가 닥친 것도 모르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바쁘고.


그래서 설혹 외부 쇼크가 필요하더라도 미리 경고하고, 그래서 내부에서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해야 충격이 덜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충격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충격이 아니라 공황에 빠져요. 모든 제도는 명문화된 글자 하나 때문에 행동 패턴이 생기고 그게 조화가 되면서 제도가 안정되는 거잖아요. 한꺼번에 왕창 바꿔버리면 사람들이 우왕좌왕해버린다고요.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고 투자를 못 하게 돼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4천만 국민들의 운명을 걸어놓고서 굉장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하고 한다면 혹시 모르겠어요. 거대 경제권 중에서 일본이 그래도 괜찮은 건 일단 우리보다 농업이 약하다는 거예요. 또 제도가 일본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비슷해요. 그래서 일본하고는 FTA를 해도 크게 바꿀 게 없어요.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에 역사적 부채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협상할 때 그렇게 강하게 요구하지도 않아요. 반일정서를 자극할까봐. 그러나 미국은 달라요. 미국하고 하는 건 다 박살나는 겁니다.


농업이고 축산업이고 다 무너지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일부에서 대일 수입 적자가 대미 적자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입니다. 대일 적자는 대일 적자대로 가고 대미 무역수지는 그것대로 악화될 겁니다.


우선 우리 기업의 시스템 자체가 일본 기계들에 맞춰져 있어요. 게다가 기계부품이 크면 수송비가 들잖아요. 그리고 더 간단한 건 일본은 단위가 센티미터고 미국은 인치입니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부품을 들여오려고 하면 10센티, 20센티 이런 규격으로 들여오지 미국처럼 10인치, 20인치 이렇게 맞춰 들여오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일본 제품 쓸 수밖에 없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양보할 건 하고 안 할 건 안 한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농업을 내주기보다는 농업을 일부 지키는 대가로 다른 부문을 대폭 양보해버리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 USTR(미 무역대표부) 보고서를 보면 한미FTA를 골드스탠다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나프타보다 더욱 강한 FTA를 하겠다는 겁니다. 나프타를 보세요. 한미FTA는 우리나라를 다 바꾸겠다는 거예요. 물론 거기엔 쌀도 포함되어 있어요. 포함되어 있다고 USTR에서 명시적으로 얘기했어요.


내가 미국 관리라면 쌀 내놓으라고 할 겁니다. 쌀 하나 지키려고 다른 거 다 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요. 우리 농민들이 다 쌀농사 지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쌀값이 폭락하겠죠? 정부의 잘못된 정책결정 때문에 이래저래 농민은 몰락하게 되어 있어요.


- 대통령이 말한 ‘지킬 것’이란 뭘까요


= 글쎄요. 나도 뭘 지킬 것인지 모르겠어요. 마지노선을 나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셨지만 그건 정부부처가 만들어야죠.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위에서 지시하고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밑의 사람들이 마지노선을 굉장히 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 대통령이 마지노선을 만들어 달라고 하던가요?


= 대통령께서 자꾸 비판하는 글만 쓰지 말고 차라리 마지노선을 만들어서 주면 지켜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려고 했는데, 그런데 제가 어떻게 100명이 10달 동안 만든 걸 만듭니까. 그 세세한 걸 말이죠. 몇 개는 물론 제시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강제지정제도 이런 큼직큼직한 거 말이죠. 그걸 넘어서는 건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제가 참여연대 K씨하고 논의를 한 적이 있어요. 같이 마지노선 만들어서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어떠냐고요. 그런데 그 사람은 반대를 하더군요. 다른 단체들도 아예 시작을 안 하지, 참여해서 마지노선 만드는 건 안 할 거라면서요. 일단 협상 자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저는, 글쎄요. 협상이 이미 시작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하면 정말 국가 신용도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어 바보 되는 건데. 그래서 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했어요. 이거 되면 국가경제가 망하고 안 되면 국내정치가 망한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생각없이 FTA 건드리는 바람에, 이제 완전히 죽는 길로 들어선 거라고 말입니다.


사실은 한나라당이 FTA를 내놓고 욕을 먹게 만들어야 하는 건데 이게 거꾸로 돼버렸어요. 아… 이게 정말 완전히 거꾸로 되어버렸어요. 노 대통령이 이토록 강력하게 추진하는 걸 보면 후임자가 더 손을 쓸 수 없도록 자기 임기내에 합의까지 끝내버릴 생각인 것 같은데 정말 큰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로 이 나라를 파멸로 끌고갈 수 있어요.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시는지 참으로 위태로워요.


- 한미 FTA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부합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참여정부의 개혁이란 곧 시장 원리주의적 개혁이 아니었느냐, 이런 면에서 한미FTA는 개혁 세력의 정체성과도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 정부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죠. 이 사람들은 철학이 없어요. 제가 그 전에도 말 한 적 있잖아요, L씨가 했다는 말. 외부쇼크를 통한 내부 개혁. 그거 완전히 미1친1놈들이에요.

 

동북아 균형자론 이미 폐기


- 지금 저희가 중국하고도 FTA 관련 논의를 하고 있죠?


= 민간 대 민간으로는 하고 있어요. 중국하고 FTA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우리가 중국이랑 FTA 하게 되면 제조업은 우리가 유리해요. 중국의 관세가 엄청나니까요. 물론 중국이 우리하고 높은 수준의 FTA를 하려고는 안할 거예요. 중국이 일본하고 먼저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일본하고 한 다음에 일본하고도 이렇게 했으니까 너희하고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나오려고 하는 거죠.


중국이 제조업 다 내놓으려고 하겠어요? 그러면 우리도 농산물 적당히 내놓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서로 적당히 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중국하고 하는 건 그렇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요.


- 한미FTA를 동북아 균형자론의 공식적 포기선언으로 봐도 되나요?


=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서 이미 폐기했다고 봐야죠.


- 한미동맹 강화, 이 방향으로 다 걸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그런데 그게 그렇게 연관을 가지고 간 것 같지가 않아요. 대통령 머릿속에서도 사전에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따로따로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어요. 제가 대통령께 그 말씀도 드렸어요. 중국 위협론 때문에 중국을 포위해버린 겁니다, 이거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하고요.


- 우리나라 관료들 굉장히 공세적으로 얘기하던데요. 중국을 향해서.


= 제정신이 아니죠. 앞으로 몇 십 년 지나면 중국이 세져요. 그때가면 미국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균형을 지켜야 돼요. 처음에 대통령에게 얘기했어요. 우리가 양쪽 틈바구니에 끼인 것 같지만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고요. 양쪽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면 우리가 손 들어주는 쪽이 이긴다고요.


넛크래커(Nutcracker)라고,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우리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균형을 잡아야하는데 이번에 균형을 완전히 깨뜨려버린 거예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건 당장 대만하고 문제되면 미국이 한국에서 비행기 띄워서 중국 폭격하겠다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한미 FTA까지 중국을 엄청 자극하고 있는 거죠.

 

“깡패하고 협약 맺으면 뭐 하나요, 주먹부터 날아오는데”


- 한미FTA의 국내정치적 함의는 뭘까요?


= 한미FTA에는 환경, 노동에 대한 기업의 제소권이 포함되어 있어요. 멕시코를 봐봐요. 멕시코를 보면 나프타 후에 환경이 확 나빠져요. 물론 우리나라가 멕시코처럼 완전히 파탄나지는 않을 거에요. 일부 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유해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거라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멕시코로 가지, 그게 훨씬 싸게 먹히는데.


다만 그런 유해물질이 첨단산업에서 일부 나올 수 있는데 국가가 거기에 대해 규제를 하면 기업이 제소를 할 수 있고 그런 경우 지금까지 미국 기업이 다 이겼어요. 외국 기업이 정부를 일대일로 상대할 수가 있어요. 기업의 경영상 손실도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어느 회의에서. 깡패하고 협약을 맺으면 뭐 하냐 주먹부터 날아오는데, 심지어 남의 나라 기업인까지 구속시키는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말로만 떠들면 뭐합니까. 제가 아무리 재벌 미워해도 이럴 때는 정부가 재벌 쪽에 서서 항의를 해야 한다고 봐요.


너희 법으로 남의 나라 기업인까지 구속하고 이게 뭐하는 거냐, 이 정도로는 대들 수 있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 않겠어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벌 편 들어줘야 할 때는 안 들어주고, 정작 안 들어줘야 할 때는 들어주고 말이죠. 노 대통령이 대체 왜 이러는지 이젠 나도 모르겠어요. 제가 비서관이었으면 대통령께 그렇게 보고했을 거예요.


- 사회적인 변화도 굉장할 텐데요.


= 대형병원, 대형 로펌은 별로 나빠질 게 없을 겁니다. 인수합병 되더라도 몸값 올라가죠, 또 영리법인 차릴 수 있죠. 대신 사회공공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양극화는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메우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거예요.


양극화 심화시켜놓고 그거 메우는 것보다 양극화 안 되게 만드는 것이 세금도 덜 들어가요. 어마어마한 증세, 아마 못할 거예요. 얼마 전 정동영 의장이 한 말을 보면 국채를 발행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건데, 그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우리 나라가 그래도 괜찮은 게 수출하고 재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재정까지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위기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외환위기의 제일 큰 원인 세 가지 중 하나가 재정적자에요. 만약 양극화를 막겠다고 재정적자 해버리면 이제 외환위기 위험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제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기준 딱 하나 얘기하는 것이 있어요. 현대자동차가 렉서스 만들 정도 되면 선진국이라고 봐도 돼요. 삼성이 1등 하는 거? 그거 아무 소용없어요. 고용효과도 없잖아요. 그런데 현대가 렉서스 만든다는 건 그 밑에 2-3만개의 부품회사를 포함해서 전체 기계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 정도면 빗장 풀어도 먹고 살 수 있어요, 개방해도. 삼성이 1등하는 거는 현대가 렉서스 만드는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 한미FTA를 막을 수 있을까요?


= 국회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아무 생각 없잖아요. 그 사람들은 생각도 없고 철학도 없어요.

 

- 결국 체결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 이슈마다 미국은 공개할 겁니다. 미국을 통해서라도 정보 얻어서 그때마다 정부에 요구해 마지노선을 일일이 다 받아내야 돼요. 저는 지금 대통령이나 유시민 장관이 강제지정제도 폐지 안 하겠다고 얘기한 걸 언론에 자꾸 흘리고 있어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말을 퍼뜨리는 거예요. 그런 걸 자꾸 얻어내야 돼요.


- 시민사회단체나 진보 진영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 일단 반대해야죠. 협상 하나하나를 전부 보고하라고 요구해야 돼요. 국민의 알 권리를 요구해야죠.


- 노무현 정부는 지금 완전히 일방독주하고 있잖아요. 국회는 안중에도 없고.


= 정부 보고서를 열린우리당에만 보고하고 싹 걷어갔다는데, 이거 말도 안 되는 비밀주의예요.


- 4월에 통상절차법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의문이고요.


= 국민들이 압력을 넣어서 통과시켜야 돼요. 국민들한테 보고하지 않고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이러다간 정말로 큰일 나요.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심경이겠어요.


= 머리도 좋고 똑똑한 분인데 후반기로 갈수록 초조해하는 것 같아요.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관계, 자기는 한미FTA를 그런 굵직한 업적의 하나로 건수 잡아 띄우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처음에 그 정도는 아니었잖습니까.


= 그렇죠.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도 독일형이나 스웨덴형에 호감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집권 1년차 2년차까지는 그런 취지의 발언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각자가 지닌 정치, 경제적 신념과 한 때 몸담았던 정부의 정책이 배치돼서 무척 난감할 텐데요.


= 작년까지는 안 그랬어요. 대통령도 경제는 자신이 없으니까 양쪽 진영 얘기를 다 들으려고 했어요. 한쪽에 이정우 실장이 있으면 그 밑에는 재경부 출신 권오규씨를 놓고, 이동걸 부원장을 놓으면 이정재 원장을 그 위에 놓고, 그런 식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다 깨졌죠. 이제는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고 그래도 할 말이 없어요.


- 청와대는 그렇다 치고 열린우리당은 어떤가요?


= 더 엉망이죠. 경제 정책 내는 사람들이 다 부총리 출신 아닙니까. 그래도 이계안 의원이 제일 낫습니다. 금산법 토론할 때 보니까 잘 알더라고요.


- 미국은 몇 나라하고나 FTA를 체결했나요?


= 16개국입니다.


- 결과는 어땠습니까?


= 수출입은 확 늘어나는 데 GDP에는 별 영향을 안 주는 걸로 나타났어요. 대신 상대국의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걸로 나와요. 멕시코 같은 경우는 국민소득 성장률이 10년 동안 1%밖에 안돼요. 10년간 1% 성장, 이게 말이 됩니까.


실질임금은 마이너스고, 대신 공공성은 다 깨져버려요. 공공 서비스 부문을 미국이 몽땅 장악해버린 겁니다. 그나마 멕시코는 교육 부문은 뺐어요. 그러니 나프타보다 더 강한 FTA는 두 나라를 합병하는 것하고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요.


외부 쇼크에 의한 국내개혁을 말하는데, 사실 그 논리는 한일합방 논리하고 별로 안 달라요. 한일합방해서 조선사회 얼마나 많이 개혁됐습니까. 철도도 놓고… 지금 논리가 똑같아요. 한미FTA 얘기하니까 또 답답해지는군요. 말을 할 때는 후련한데….


-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고 있나요?


= 글쎄요. 이제 그럴 일도 없죠. 대통령이 다 거부해 버렸는데요. 노 대통령은 자기 판단과 행동이 언제나 옳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성격이에요. 남이 뭐라고 하면 더 오기를 부려 다른 말을 아예 무시해버리고 듣지를 않으세요.


- 경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경부와 직접 통한다고 보면 되겠군요.


= 원래 제가 있던 자리에도, 김수현 비서관이 있던 자리에도 지금 전부 재경부 출신이 들어와 있어요. 지금 청와대 내에 재경부 출신이 30명이 넘습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은 이헌재 사단 작품


외환은행 불법매각 건 있잖아요. 그거 한 번 파보세요. 파보면 엄청난 거 나올 겁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 건은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 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 작품입니다. 이헌재 사단 작품이에요. 불행하게 이동걸 부원장이 최종 싸인을 한 걸로 되어 있어서 지금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동걸 부원장은 그 때 엘지카드 사태 막느라고 외환은행 건에는 거의 신경을 못썼어요.


-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는 쪽에서는 뭐 이권이라든가 이런 게 개입되지 않았겠느냐 의심도 하거든요.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 양극화 보고서 책으로 내고, 박현채 선생 평전 쓰고. 그제 갑자기 성당에서 호모이코노미스트와 호모크리스챤은 어떻게 조화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성당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거 보니까 이건 계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성당 다닌 지 네 번 만에 두 번의 계시를 받은 건데.


- 첫 계시는 뭐였나요?


= 첫 계시는 민중을 위한 경제학을 한다고 말만하고 박현채 팔아먹고 실천은 안했기 때문에 지금 네가 고통 받고 있는 거라는 거였어요. 사실이지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이타성을 강조하잖아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이기주의를 강조하고. 두 가지는 상극인 것 같은데 어떻게 조화가 될까. 사실 기독교 교리대로 하면 토지는 모두 무소유여야 돼요. 땅은 모두 하나님 거고, 그 이용권만 인간이 갖는 거죠. 그것도 50년에 한번씩 재 배분되는 거고요. 기독교인들이 그 교리대로만 해도 자본주의가 상당히 정화될 거 같아요.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manual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먹튀 검증 2018.07.26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정태인

 
“한미FTA로 경제영토가 넓어집니다. 이제, 세계가 당신의 시장입니다 요즘 지하철에 나붙은 광고 문구이다.

5년 전 노무현 정부 때는 이랬다. “한미FTA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선택입니다”

당시에 함안의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자 쪼께 살까 싶었어요. 그랬두만은... 우찌 됐든 (FTA를) 끝내 막아서...행복하게 살아야 할긴데... 이런 말 저런 말 하면 눈물 나온다”

그러나 평생의 노동으로 갈쿠리가 된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이 광고는 아무도 TV로 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사실상 “방송불가” 판정으로 방송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해 한미FTA 국내 홍보비로만 무려 130억원을 책정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에 로비하는 비용으로 95억5600만원이나 사용했다. 그도 모자라 이제 이명박 정부는 2억5천만원을 들여 홍보에 나선 것이다. ‘최후의 일격’인 셈이다.

5년전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한미FTA는 이제 이명박 정부의 국회 비준만 남았다.

벌써 5년째 우리는 한미FTA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다. 지난 2006년 KBS 이강택 피디는 “나프타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KBS 스페셜)을 내보냈다. 카메라는 멕시코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줬지만 노무현 정부는 사실 왜곡이라며 반박했다. 이제 그 나프타는 17년이 되었다. 10년째였던 200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벌어졌지만 15년째인 2009년에는 아무도 나프타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망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7.1%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의 광고대로라면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영토를 가진 나라였다. 미국과 EU 등 “거대 선진경제권과 동시다발적” FTA를 맺었으니 대한민국 정부가 애면글면 추구하는 “FTA의 허브”였다. 과연 1993년에서 2007년까지 멕시코의 수출은 311%(석유를 빼면 283%) 증가했고 외국인 직접투자 역시 3배나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은 연평균 1.6%에 불과했고(2000년에서 2009년까지 0.9%) 무역수지는 지속적으로 적자였다. 이 기간이 미국 사상 최장의 호황기였는데도 그랬다. 급기야 2008년 멕시코는 대기업의 외채를 갚느라 외환보유고의 1/3을 써야 했고 IMF와 미국으로부터 긴급 달러 수혈을 약속받아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과 인접한 마킬라도라 등에 자동차, 전자분야 초국적기업이 너도 나도 투자를 했고 거의 전량 미국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전체 투자율은 2000년까지 미미하게 증가하다 이제는 오히려 20% 부근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FTA로 인한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멕시코 국내 제조업, 특히 부품산업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옥수수농업은 말 그대로 궤멸했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과 고용은 여전히 199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60년대에 지어진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에 가면 그 수많은 부족마다 아주 다양하고 기막힌 옥수수 문양을 뽐낸다. 그러나 이제 옥수수의 원조 멕시코가 미국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부터 토종 옥수수를 보존해야 하는 절박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유로이 날아 다니는 벌과 나비를 무슨 수로 막으랴.

멕시코 국내 은행들은 민영화를 거쳐 미국과 스페인 은행에 인수합병됐다. 1997년 2%에 불과했던 외국인 소유 은행 자산은 이제 83%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의 소원대로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됐지만 부자 도시만 혜택을 누렸을 뿐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민영화한 멕시코의 공기업들은 너도 나도 값싼 달러를 빌렸고 당연한 것처럼 파생상품에도 손을 댔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 이후 외국 은행들은 달러를 본국으로 보냈고 멕시코는 한국의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동시에 맞은 상황에 빠졌다.

5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멕시코와 한국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럴 것이다. 물론 다르다. 그렇다면 미국을 능가하는 자원부국이고 유럽형 복지국가를 갖추고 있던 캐나다는 어떨까? 다행히도 캐나다는 멕시코와 같은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다. 캐나다 은행은 왕립은행(chartered bank)의 전통에 따라 자본을 도매시장이 아닌 예금으로 조달했으며 그림자금융 등 위험감수행위를 하지 않았고 정부의 자본규제도 바젤II보다 더 강했다. 즉 캐나다의 금융부문 만큼은 NAFTA의 민영화, 규제완화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나프타 이후 캐나다의 1인당 경제성장율은 1.2%(2000년에서 2009년까지는 1.1%)에 머물렀다. 실질임금은 1996년에서 2006년까지 10년 동안 4% 늘어났을 뿐이며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아메리카의 복지국가 캐나다의 소득불평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08년 지니계수가 한국을 추월했다. 나프타 이후 캐나다의 공공사회지출/GDP 비율이 5%p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급여의 축소가 두드러졌다. 캐나다도 점점 미국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OEDC 국가 중 멕시코가 나쁜 쪽으로 부동의 1위, 미국이 4위, 그리고 캐나다는 13위를 차지했다(한국은 14위).

미국과 멕시코의 생산성 격차는 줄어 들지 않았고 캐나다의 경우 2000년 이후엔 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를 맺으면 1%의 생산성이 향상돼서 경제성장율이 5% 가량 추가로 증가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신비스러운 일은 캐나다와 멕시코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프타는 두 나라에 초헌법, 또는 외부헌법의 역할을 했다. 이 헌법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지시하고 있다. 국가 내부에서 이런 정책기조를 강력하게 추진하면 추진할수록 이 헌법은 위력을 발휘한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은 강력한 무기이다. 2010년 7월까지 알려진 NAFTA 투자자국가제소 총 76건 중 환경보호 16건, 자연자원 15건, 건강 및 식품 7건, 부동산 6건, 조세 2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환경과 공공정책에 대한 예외조항이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미FTA는 복지 및 환경 정책의 강화를 가로막고, 줄어든 공공영역에 미국인 투자가 들어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져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나프타보다 더 강력하게 갖추고 있다.

물론 상대국의 기존 경제사회구조, 정부 규제나 복지에 대한 내부의 합의 정도에 따라 미국식 FTA의 영향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과연 한국은 캐나다형일까, 아니면 멕시코형일까? 슬프게도 어느 쪽이든 복지의 확대는 불가능하다. 멕시코형이라면 더 큰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면서도 자본시장통합법, 의료채권법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와 재벌이 그 답을 알려주고 있다.

멕시코는 ‘허브’(중심)가 아니라 자신보다 강한 상대국의 수탈을 받는 ‘스포크’(spoke, 자전거 살)였다. FTA 전문연구자 볼드윈은 멕시코가 “스포크 함정(spoke trap)”에 빠졌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2009년 논문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체결한 한미FTA가 결국 한국을 제2의 멕시코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왜 그토록 한미FTA를 강행해야 하는가? 정부와 국회는 이 질문에 대답부터 해야 한다.

 

 

 

Posted by manual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46차 노동포럼

**************************************************************************
때 : 2006년 7월13일 (목요일)
장소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발표 :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

 

사회자: 제46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엄청난 사회적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주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오신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모시고, 간단하게 한미FTA의 전개과정과 문제점을 중심으로 발표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대략적인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실 테지만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하셨던 분의 얘기를 듣는다는 게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해주시죠. 


정태인: 지난 2월26일 노무현 대통령과 면담을 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대통령께 했고, 나름의 한미FTA를 추진하는 근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중국이 제조업에서 곧 한국을 추월할 거다, 그래서 서비스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개혁은 잘 안 된다, 따라서 미국기업이 들어와서 서비스업 생산성을 늘리고 이를 제조업 생산성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대체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중국이 한국 제조업을 따라잡는 기간을 3년으로 보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어떻게 가겠다는 경로에 대한 고민, 즉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정책이 없는 매우 비대칭적이고 모호한 것이었습니다. 워낙 급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준비되어 있을 리가 없는 거죠.

대체로 요즘은 한미FTA와 관련해서 여론조사를 하면 60대 40 정도로 반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만, 제가 처음 문제제기 했을 때는 최소한 70대 30 정도로 찬성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국민들이 한미FTA가 뭔지도 몰랐죠. 지금도 국민 대다수는 한미FTA를 관세 떨어뜨려서 수출 좀 더 많이 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홍보도 이런 논리에 초점을 두고, 미국 시장을 선점하자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또 정부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FTA가 200여개가 체결되어 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는커녕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고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이거 반대하는 사람들은 쇄국론자다 하는 논리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한미FTA가 결코 ‘윈윈 게임’이 못 되는 이유

정부 말대로 FTA가 200여개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FTA들의 내용을 보면 각각 천차만별입니다. 지금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노무현 정부는 ‘높은 수준의 FTA’를 하겠다고 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FTA, 즉 ‘나프타 플러스’ 또는 ‘골드 스탠더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FTA란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실무자들 수준에서 보자면, 대체로 1만2천개 품목을 협상하는 FTA에서 1만2천개 모두 개방하고 각 품목의 개방 수준을 90% 이상으로 한다, 즉 관세율을 10% 이내로 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높은 수준의 FTA라고 하더라도 실제 내용은 각 국가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어쨌건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FTA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박사에 따르면 200여개 중 16개 정도입니다. FTA가 대세라서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논리에는 허점이 있는 거죠.

또한 FTA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수출이 늘어나거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2004년까지 통계를 보면 중남미가 평균 7개의 FTA를 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5~6개, 유럽은 3~4개, 그리고 동아시아는 2개입니다. 아시다시피 동아시아는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빼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또 지난 OECD 국가 중에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입니다. 따라서 좀 냉소적으로 말한다면,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은 독일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경제시스템을 지향했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저성장의 중남미 모델로 경제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FTA와 경제성장률은 전혀 관계가 없고, 현재까지 진행된 것을 토대로 굳이 따지자면 역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FTA와 미국식 FTA는 많이 다릅니다. 원래 FTA는 경제협력협정에 가깝고 사실 하기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윈-윈 게임(win-win game)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보통 FTA에서는 협상을 하다가 보면 높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으로 협상 내용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각자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일 FTA의 경우에도 일본의 농수산 품목에 대한 우려와 우리의 기계 부품산업의 우려가 부딪쳤고, 중국과 FTA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제조업이 굉장히 빨리 발전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한국보다 뒤쳐져 있기 때문에 관세가 굉장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이걸 한꺼번에 개방한다고 하면 중국 입장에서도 타격이 갈 수 있고, 한국도 중국을 협상하다 보면 취약한 농업경쟁력과 맞물려 서로 요구를 낮춰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미국과의 FTA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10여년 전에 맺어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FTA로 평가받는 데서 잘 나타납니다.

미국의 FTA가 질적으로 다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은 농업, 서비스업, 제조업 모두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보할 게 별로 없는 겁니다. 청와대 국정브리핑이 미국이 경쟁력이 약한 분야라고 선전하고 있는 게 기껏해야 설탕인데, NAFTA 때도 미국은 행정부끼리 협상에서는 설탕을 개방하기로 해놓고서 의회 인준 과정에서 이를 빼버렸습니다. 한미FTA가 체결되더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무역촉진권한(TPA)은 의회 인준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미국 의회는 충분히 이를 무시할 수 있고 미국에게는 실제 비슷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또 토론회 같은 데서 보면 공무원들이 제조업은 우리 한국의 경쟁력이 강하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 우리가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중소형 자동차, 반도체 D램 분야, 철강 중에서 일반철강, 조선 분야에서도 잠수함 같은 특수선이 아닌 벌크 정도입니다. 협상품목 1만2천여 개 중에서 10여개 품목만 우리 경쟁력이 강하고 나머지는 미국이 더 강한 거죠. 미국은 양보할 게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제조업의 미국 관세는 3% 정도밖에 안되고 우리는 10% 가까이 되기 때문에 동시에 낮춰 가면 미국이 훨씬 이익을 보게 됩니다.    
  

한국사회 휘저어놓을 투자·지적재산권·서비스 협정

더욱이 사실 미국이 협상에서 신경을 쓰는 분야는 섬유산업에 대한 방어문제를 제외하면 제조업이 아니라 주로 서비스업입니다. 특히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 무연관련 투자협정(TRIMs), 서비스무역협정(GATS)입니다.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이 세 분야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다른 분야에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분야를 보면, 제가 최근 통계를 못 보긴 했는데, 미국이 갖고 있는 특허 수가 다른 국가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습니다. 특허권이 많은 나라는 당연히 지적재산권을 강하고 길게 보호하자 할 테고, 적은 나라는 짧고 약하게 보호하자고 주장하겠죠. 둘 다 가능한 경제논리이고, 결국 힘의 우열에 의해서 결정이 될 겁니다. 미국은 2004년 만료되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미키마우스법’이란 걸 만들어서 20년을 연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많은 조항은 NAFTA의 제11장, KORUS(한미FTA)에서는 7장인 ‘투자’입니다. 원래 FTA에 투자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이른바 ‘몰수(confiscation)’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19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났을 때 4대 석유메이저 회사가 유전의 소유권을 빼앗기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였던 거죠. 그런데 이게 점점 확대되면서 이후에는 협정문에 몰수 대신에 ‘수용(expropri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즉 협정의 내용이 단순히 소유권 이전 문제를 넘어서 이윤을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되는, 예를 들어 환경규제 같은 것들에게까지 확대된 겁니다. 이러한 투자협정의 대상은 NAFTA에 오면 이른바 ‘간접적 수용(tantamount to expropriation)’으로까지 넓어집니다. 이 정도면 이윤을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이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간접적 수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는 법적 다툼의 대상인데, NAFTA에서 그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법조문은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 ‘최소기준대우’ 등입니다. 내국민대우는 FTA 협정국의 기업을 자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했느냐 하는 것을, 최소기준대우는 국제기준에 맞춰 대우했느냐 하는 것을 따지는 겁니다. 이게 웃기는 게, 미국 기업을 내국민대우에 의거해서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처우했어도 국제기준에 비춰 한국의 규제가 더 엄격하다면 최소기준대우 때문에 간접적 수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법적 다툼이 발생하면 누가 판단하는가가 무척 중요할 텐데, NAFTA에서는 이를 해당국 사법부가 아니라 세계은행의 국제분쟁해결센터(ISCID)나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같은 제3의 민간기관이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NAFTA에서는 이렇게 간접적 수용을 둘러싼 분쟁이 오래가게 되면 해당국가 정부에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투자에 저해가 된다는 논리죠. 이렇듯 NAFTA는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가 지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미FTA의 투자관련 조항은 이것보다 더 강력하리라 예상됩니다. 다양한 무역협정들 중에서 투자자의 이해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조항들은 모아놓은 나프타 플러스(NAFTA PLUS)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협상초안문의 쟁점이라고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투자에 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 얘기는 결국 미국이 요구한 것을 다 받아들였다는 의미죠. 굉장히 위험합니다. 첫째,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제소를 당하기도 합니다만, 어쨌건 그 나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항을 국가 밖에 제3의 민간기구가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둘째, 그 민간기구들은 비밀주의를 유지하고 있어서 각 제소가 어떻게 처리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ISCID가 현재까지 몇 건을 처리했는지조차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나 법과대학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대략 85건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 중에서 공개된 것은 43건뿐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정부가 ISCID나 UNCITRAL에 가기 전에 법 바깥에서, 즉 돈으로 해결하려 들게 되는 거죠. 셋째, 정부가 알아서 미리 규제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새로 법을 만들 때 투자협정에 의한 제소를 신경 쓰다 보니 되려, 초국적기업에 물어보고 법을 만드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사항들을 노무현 정부가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몇몇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처리되고, 국민에게는 철저하게 비밀주의이고 밀실주의입니다. 미국식 FTA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뤄지는 과정이 아니라, 국경 안의 문제 즉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관행을 변경시킬 것을 목표로 하는 과정입니다. 지난 5월25일 미국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발표됐는데, 거길 보면 한미FTA는 한국의 법과 제도, 관행을 변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인 서비스, 투자 같은 분야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관세를 어떻게 조절하는 것보다는 미국 기업이 들어와서 뭔가를 할 때 문제가 되는 사항들, 즉 내부 규제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경쟁적 자유화론’과 한미FTA 추진의 불건전한 만남

2003년, 2004년을 거치면서 미국의 대외통상전략이 바뀝니다. 이전에는 다자간 협상이 중심이었는데 그게 유보된 거죠. 사실 미국 FTA 전략의 핵심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으로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2000년대 초반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이게 좌절됐습니다. 또 미국은 다자간 협정에서 투자 분야만 떼어낸 다자간 투자협정(MAI)을 추진했는데, 이것도 ‘투자자-정부 제소권’에 반대한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막혔죠.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은 다자간 협정 대신 양자 협정으로 전략방향을 수정하고, 그 처음을 장식할 ‘대표선수’를 찾고 있었습니다. 즉 NAFTA보다 더 강력한 양자간 협정을 맺고 이를 모델로 삼아, 협정 대상국이 받아들인 조건을 다른 나라에게도 강요하겠다는 것이었죠. 이를 ‘경쟁적 자유화’, 또는 ‘경쟁적 자유주의’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전략의 기본 틀을 짠 사람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죌릭입니다. 이 인간은 앞으로도 주목해서 봐야 하는데, 죌릭은 경쟁적 자유화를 미국 통상교섭 원리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해서 소위 ‘이해당사자론’이라는 것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도 세계문제의 이해당사자(stake holder)이므로 자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다시 말해서, 미국의 세계전략에 조응한다면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용인하겠지만 거스르는 경우에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간접적인 ‘중국포위론’인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죌릭의 이 두 가지 이론, 경쟁적 자유화론과 이해당사자론을 2005년부터 11월에 걸쳐 모두 받아들입니다. 그것들의 제도적 구체화가 바로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 합의라고 할 수 있죠. 외교와 안보, 경제를 미국에 맡기겠다는 겁니다.   

NAFTA 협정문을 보면 이게 외교문서, 법정문서라 직접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강요한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우회적으로 표현하죠. 그런데 죌릭이 제시한 경쟁적 자유화론은, 상대국의 공기업 민영화를 지지한다, 규제 완화를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한다, 국가 독점을 폐지한다 등 표현이 아주 명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아시다시피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그대롭니다. 경쟁적 자유화 전략을 통해 이제 미국은 경제협상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하기 위해 IMF와 FTA라는 두 개의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이러한 전략변화가 찾아다니는 1순위 대표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번 한국이 IMF 금융위기를 겪은 후에 재무부 관료들이 한미 BIT(양자간 투자협정)을 추진했는데, 미국이 요구한 스크린쿼터 축소를 한국 내부 반발로 추진하지 못하면서 협정이 깨진 경험이 미국에 신뢰를 주지 못했던 거죠.     


뭣도 모르는 한국정부가 협상에 들어서기까지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집요하게 미국에 애원하고 매달려서 마침내 지금 이렇게 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거대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를 한국의 전략이라고 내세웠던 통상교섭본부의 결론이 미국과의 FTA 추진입니다. 지난 2005년 2월에서 5월까지, 통상교섭본부와 미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는 내부협상능력이 없다, 스크린쿼터 하나 해결 못하지 않았냐 뭐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갑니다. 지금은 이게 한미FTA 추진을 위한 사전 실무협의였던 것처럼 보도·홍보되고 있지만, 사실 이는 한미FTA를 전제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그렇게 보도됐었죠.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바로 스크린 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기량 기준 완화, 약가 재조정 양보 등 이른바 미국이 요구한 ‘4대 선결요건’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이걸 2005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모두 들어줍니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재경부가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대통령이 중립을 지키는 한 문화부가 양보할 이유가 없는 사항입니다. 농림부의 쇠고기 수입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자동차 배기량 기준 완화 문제는 산업자원부와 환경부가 동시에 걸려 있는 사안이고, 약가 재조정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직결되어 있는 사안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어쨌든 그러한 것들이 한꺼번에 받아들여졌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찍어누르고 압력을 가했다는 얘기입니다. 김선종이 2005년 6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 있었는데, 그 때 한 일이 이 4가지 선결요건 받아들고 미국의 의원들, 로버트 죌릭 만나고 다니면서 한미FTA 협력 약속을 받아낸 거죠. 그리고 그 약속을 들고 와서 코스타리카를 방문 중인 대통령을 독대해 설득했고, 결국 2005년 11월 청와대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한덕수 경제부총리,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4명이 모여서 사실상 한미FTA 추진을 결정합니다. 정말 졸속으로 진행된 거죠. 

결정이 됐을 당시만 해도 미국과의 FTA를 이렇게 빨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도 한미FTA 관련 연구물은 2권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한일 FTA 관련 연구물은 100여권 정도였습니다. 즉 ‘100대 2’입니다. 일본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강한 미국하고 FTA를 시작하는데 100대 2니, 졸속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졸속의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가령 큰 경제권과 중요한 협상을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민·관·학 연구를 1년 반, 산·관·학 연구를 1년 반 가량 한 후에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미FTA에서는 이게 다 생략되었어요. 바로 정부 협상으로 들어간 거죠. 그러니까 미국이 뭘 요구하는 건지도 실제로 모르는 상태에서 협상을 시작했다고 봐도 되는 거죠.    
    

나프타 12년의 그림자, 양극화와 국내산업 몰락

한미FTA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보기 위해서는 12년이 된 NAFTA를 검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후에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중에 외교안보적인 이유 때문인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비교할만한 경제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미국과 NAFTA를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공통점은 양극화가 매우 심화되었다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공기업 민영화하고, 규제완화하고, 미국식 시스템 이식시키면 양극화 심화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NAFTA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처음 한미FTA를 추진할 때 멕시코 사례를 갖고 선전했어요. 사실 정부 말대로 NAFTA 이후 멕시코의 수출과 투자는 매우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NAFTA 12년 동안 수출은 연간 500억 달러에서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무려 400%가 치솟았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12년 동안 연 평균 185억 달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30~40년 만에 달성한 연간 수출 2,800억 달러와 현재 연 평균 외국인 직접투자가 60여억 달러인 것과 비교해도 대단한 겁니다.

비밀은 마킬라도라에 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 산업단지에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등의 분야 세계적인 초국적기업들이 모두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엔클레이브(enclave, 국가 본토에서 분리되어 있는 영토)’입니다. 미국에서 95%의 부품을 수입해서, 생산한 상품의 9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죠. 멕시코 국내기업이 마킬라도라에 공급하는 부품의 비중은 3% 밖에 되질 않습니다. 멕시코 입장에서 보면 전혀 산업연관이 없는 것이죠. 실제 마킬라도라의 성장으로 수출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이것이 멕시코의 1인당 GDP나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멕시코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이 몰락했죠. 당연한 것이, 마킬라도라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노동에 대략 월 20~40원 정도를 받고 있는데, 이는 멕시코 제조업 평균임금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가 계속 그렇게 유도를 했죠. 이런 저임금에 기반한 초국적기업의 상품들이 멕시코 내수시장에 쏟아져 나오니까 국내 기업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1995년 페소화 위기를 맞으면서 실시된 긴축정책으로, 멕시코에서는 30%의 이자율이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본국이나 기타 선진국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초국적기업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국내 은행에서 돈을 조달하는 멕시코 기업들은 30%의 이자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죠. 당연히 망하죠. 그리고 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멕시코 농촌도 몰락했습니다. 농민들에게 남는 선택은 싸빠띠스따, 즉 농민반란군이 되거나, 도시 빈민이 되거나 아니면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 불법을 체류하는 것뿐이었죠.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만 대략 매년 50만명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간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경우도 멕시코와 비슷합니다. 물론 1인당 GDP가 3만 달러에 달하는 캐나다에서 마킬라도라 같은 것이 생기지는 않죠. 그렇지만 거기서는 우리 참여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서비스업 진출’이 일어나 양극화를 부채질했습니다. 미국에서 진출한 서비스 자본의 97%가 인수합병에 의한 것이었죠. 결국 캐나다의 고급서비스 업종에서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이어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하면서, 비정규직이 확 늘어납니다. 물론 이렇게 인수합병 후 대량해고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결국 NAFTA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한미FTA 체결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열 것인가

그렇다면 한미FTA를 맺었을 때 한국의 경우에는 어떤 일일 벌어질 것인가, 우리나라 1인당 GDP가 멕시코와 캐나다의 중간 쯤 되니 중간 쯤 되는 일이 일어나겠죠. 우선 마킬라도라 같은 산업단지가 조성되지는 않을 터이니 수출과 투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NAFTA에서처럼 투자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조항이 있으면 투자가 늘 거라고 주장을 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세계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조차도 강력한 투자자 보호조항이 투자를 늘렸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형편입니다. 수출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실 제가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일도 조금 해봤는데, 경험해보니 세금 낮춰주고 인센티브 늘려주고 하는 일은 자본에게는 결국 부차적인 겁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투자했을 때 수익성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예 달려들질 않습니다. 세금 낮춰주고 인센티브 늘려주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둘째, 한미FTA로 미국 서비스업의 진출이 확장되지만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중심으로 이뤄져 변호사, 회계사 시장이 양극화되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게 국내 제조업 생산성 제고와 연결되는 그림은 전혀 그려지질 않네요. 이미 대기업들은 외국 유수의 컨설팅회사, 법무법인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이고, 변호사, 회계사 시장이 양극화된다고 그게 중소기업에게 얼마나 활용 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직종은 일종의 공급제한 업종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한정적일 겁니다.  

셋째, 다시 투자에 관련된 문제로 돌아와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동시에 일어났던 일들은 한미FTA 이후 한국에서도 똑같이 진행될 겁니다. 그런 일들 중에서 제일 겁나는 게 바로 ‘공기업 민영화’입니다. NAFTA에서 ‘국가독점’에 관련된 장을 보면 래칫(ratchet) 조항이라고 아주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래칫은 낚시의 미늘을 말하는 건데, 래칫 조항은 미늘처럼 후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즉 국가독점을 인정하는 사항들의 목록이 양국 사이에서 이미 합의된 이후에는, 국가독점을 강화하는 게 허용이 되질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미FTA가 합의된 이후에 한국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고 하는 노력은 래칫 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건강보험을 강화하려다가 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미국의 민간보험회사들에게도 보상금을 줘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한미FTA 투자에 관한 장 속에는, 이렇게 공공성의 틈새를 키우고 민영화의 흐름을 거세게 만드는 조항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바로 캐나다 우체국과 초국적 운송업체인 UPS와의 다툼입니다. 이 사례는 아직 ISCID에 계류 중인데, UPS가 캐나다 우체국이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하는 ‘교차보조(cross-subsidize)’를 반경쟁적이라고 제소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교차보조는 모든 망(network) 산업에 있는 겁니다. 즉 산골에 전기, 철도, 수도가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그런 것인데, UPS는 정확히 이러한 교차보조를 대상으로 제소한 것이죠. 만약 이 다툼에서 UPS가 승리한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철도, 전기, 가스 등 모든 국가 기간망 산업에서 비슷한 제소가 들어갈 테고 이는 곧 공공성의 파괴로 직결될 테니까요. 이런 판국에 지금 한국 정부는 미국이 협상장에서 교육과 의료를 민영화하라고 직접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지금 미국은 SAT와 원격 교육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원래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시작하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어느 나라 정부에나 있는 민영화의 확신범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죠. 

넷째, 투자자-국가 제소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주로 환경문제와 관련된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ISCID 제소 사건 중 공개된 것들의 3분의 1이 환경과 관련된 것이었죠. 멕시코에서 쓰레기처리장 침출수 유출로 상수원을 오염시켜 놓고도, 이를 근거로 쓰레기처리장 허가를 거부한 지방정부를 ISCID에 제소해서 오히려 1,65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간 메틸 클래드가 대표적인 사례죠. 메틸 클래드에 항의했던 농민들은 지금도 감옥에 갇혀 있고, 이들이 오염시켜 놓은 지역에 가면 지금도 멕시코 공무원들이 방독면 쓰고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엑틸은 엠엠피라는 신경유독물질을 갖고 사업을 하는 회사인데, 캐나다가 NAFTA가 체결된 지 좀 지나서 ‘엠엠피 반입금지법’을 만들었습니다. 엑틸 역시 ISCID에 캐나다 정부를 제소해서 수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미FTA 아래에서는 새로운 물질에 대해 새로운 위협정보가 밝혀져도 이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거나 만들려면 벌금을 내야 될 겁니다. 이 외에도 미국식 FTA 하에서는 법과 제도가 달라서 생기는 가격 차이, 엄격한 검역 규제 등이 모두 제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반덤핑 상계관세는 예외죠. 지금 한국 정부는 이걸 줄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NAFTA 이후에도 반덤핑 상계관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을 뿐더러, 무역촉진권한법(TPA)에는 아예 상계관세를 손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과 협상에서 반덤핑 관세를 줄이겠다고 약속을 하면 미국법에 의해서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미국하고 통상협상을 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줬다는 의미입니다.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면 협상이 깨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체결’이 목표입니다. ‘결렬’은 협상카드에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4대 선결요건을 들어준 지금은 결렬의 비용이 너무 커져버렸죠. 그래서 협상단은 결렬가능성이 좀 더 커지더라도 차라리 체결하는 쪽을 택할 겁니다. 어차피 부작용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 미래의 일이 될 테니까요.

 

[ 토론 ]


질문: 발제자께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면 협상이 깨질 확률이 높다고 하셨는데, 그만큼 협상대표들이 융통성이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정: 미국 협상단이 애초 협상에 들고 나가는 것이 의회에서 수렴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협상과정에서 미국 무역대표부가 자의적으로 축소할 경우 의회에 돌아가서 엄청 깨지고 다시 교섭하러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 협상 대표들은 의회에서 위임받은 카드를 들이 밀어붙이는 겁니다. 물론 양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의 FTA에서 대폭 양보를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미국은 자국의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투자’를 협정문에서 뺐습니다. 그러나 그 밑에 한마디가 붙어있죠. ‘필요한 경우에는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어쨌거나 이는 호주가 농업분야에서 미국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분야가 없습니다. 미국처럼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쇠고기 수입 문제나 스크린쿼터 같은 것들을 쥐고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미 4대 선결요건으로 알아서 해결해줬죠. 미국 협상단이야 자기네 입장을 강하게 요구하는 게 당연하고,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이런 미국측 요구를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물론 한국 협상단들도 ‘쌀 수입 문제’처럼 생색을 낼만한 몇 가지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쌀 문제는 FTA에서 다뤄지기 힘든 사안입니다. 이미 WTO체제에서 시간을 두고 쿼터 늘려 개방하기로 결정났는데, FTA한다고 미국에게만 특혜를 주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미국이 요구를 안 하니까 교육과 의료 분야 개방 막겠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공공영역의 개방과 민영화는 미국식 FTA를 체결하게 되면 결국 진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투자자-국가 제소권은 현재 NAFTA 즉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만 적용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되는 겁니까?

답변: 미국이 맺은 FTA에는 다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가 다른 나라와 FTA를 맺을 때도 들어갑니다. 싱가포르가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도 들어있고, 칠레가 한국과 맺은 FTA도 들어있습니다. ‘뱀파이어 효과(Vampire Effect)’라고 표현하는데, 흡혈귀한테 물리고 나니까 물린 국가도 흡혈귀가 되더라는 것이죠.

ISCID에 제소된 것 중 공개된 43건 가운데 미국기업이 제소자인 경우가 24건이고 캐나다 기업이 10여건 정도입니다. 싱가포르나 멕시코 기업이 제소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힘의 비대칭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죠. 생각해보십시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초국적기업이지만 미국 정부를 상대로 환경규제를 문제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이러한 투자 조항은 EU 국가들이 맺는 FTA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3세계 국가끼리 맺는 FTA에서는 들어 있더라도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초국적기업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질문: 노무현 대통령의 초기 기조가 이런 식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돌아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이 늘 시스템을 강조하고 실제 시스템을 중시하는 내부개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달랑 보고서 두 개 나온 정책이 어떻게 이렇게 급격하게 추진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첫번째 질문은 제가 지금까지 40여 차례 강연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답변은 늘 같습니다. 정확한 건 모릅니다.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다만 몇 가지 생각은 듭니다. 재경부의 서비스업 육성론, 개방론이 정부 내에서 뜨고 있긴 했지만 참여정부 초기에는 이게 어느 정도 제어가 됐는데, 작년 여름을 거치면서 견제가 모두 풀려버립니다. 이정우 전 정책위원장이 금산법(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갖고 삼성과 마찰을 빚고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 견제장치가 없어져 버린 거죠.
 
지금 정부에 참여했던 ‘386’들은 솔직히 경제를 정말 모릅니다. 정말로 진짜 모릅니다. 모를 뿐더러 청와대 들어온 뒤 삼성, 관료들과 완전히 손을 잡았습니다. 처음 대통령의 구상은 각종 위원회를 확대해서 정부부처와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었습니다만, 이처럼 경제문제를 삼성이나 관료와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청와대 내의 팀이 모두 쫓겨나고 잘려나가면서 재경부 일색이 된 거죠.

두번째 질문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미 2004년 말쯤 되면 386 청와대에서 외부쇼크에 의한 내부개혁론이 이야기됩니다. 내부개혁이라는 게 사회적 대타협 모델일 텐데, 그런 시도들이 잘 안되니까 ‘외부쇼크’를 통해 개혁하자는 겁니다. 그 중심에 이광재 실장이 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은 재경부 관료들과 아주 죽이 맞는 겁니다. 재경부 관료들은 솔직히 IMF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IMF 덕분에 김대중 대통령이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 기초적인 토대에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으로 나서는 게 이렇게 급속도로 한미FTA를 진행시키는 힘이 아닌가 합니다. 한미FTA 관련해서는 몇몇 빼곤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이 거의 비판 안 합니다. 결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이 이뤄진 겁니다.       


질문: 만약 한미 FTA 협상이 결렬되고 깨진다면 우리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을까요?

답변: 사실 보복당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별로 관심도 없는 걸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애원해놓고 이제와서 안 한다고 뒤통수치면 솔직히 보복당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 문제 때도 청와대에서 수석들 열심히 설득하고 다니면서 나왔던 이야기가, 우리가 파병 한다고 미국이 특별히 무역 잘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파병 안 한다고 특별히 경제 보복 안 당한다,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파병을 거부한 캐나다는 크게 무역보복을 당했습니다.


질문: 죄송한 표현이지만 정태인 전 비서관께서도 ‘밀려난 거’ 아닙니까. 이런 일이 이번 정부만이 아니라 이른바 민주화 이후 소위 개혁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정부에 참여한 ‘개혁세력’이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는 문제에서 대해서 평가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답변: 다행히 그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에서 다음 학기에 ‘경제정책론’을 강의하는데, 이정우, 박철규, 이동걸 등 참여정부에 소위 개혁세력으로 참여했던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들이 어떤 정책을 만들려했고, 그것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질문하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 경험을 통해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리면, 위원회 구조는 많이 취약한 것 같습니다. 법적 근거가 취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급격하게 무력화기 쉬웠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과거 박정희 정부에 있었던 경제기획원과 비슷한 구조의 사회기획원 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구성원들을 재경부 말고 다른 부처에서도 골고루 뽑아오고, 외부 민간조직이 결합하는 거죠. 정부 내에서 개혁 세력이 ‘부처’를 갖지 못하면 입지가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기본적인 개혁정책은 정말 빨리 만들어서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예 재경부 1급 이상을 모두 자르든, 그렇게 못하더라도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식 FTA는 한번 체결되면 뒤집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진보적인 노동당이 들어서도 FTA와 관련해서는 절대 거꾸로 못 갑니다. 미국식 FTA는 그 나라의 법과 제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든 보수정권이 들어서든 역진 불가능입니다. 이번에 선거 내홍을 앓고 있는 멕시코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들은 불만이 그렇게 많이 쌓였지만 NAFTA를 깬다는 것에는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멕시코 선거결과를 보면 물론 선거부정이 있었겠지만 오브라도르 후보와 집권당의 칼데론 후보가 박빙으로 나왔는데, 이는 NAFTA 12년 결과를 보면서도 그것을 뒤집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시 사회 전체적인 대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오브라도르 후보도 처음에는 강력하게 NAFTA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선거 막판에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죠.

마찬가지로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기조가 역진 불가능해집니다. 김대중 정부 이래 강력히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가 마침내 국제협정으로 아예 굳어지는 겁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4천만 국민의 운명을 걸고서 너무나 위태로운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임기내에 한미FTA를 체결해버리고 국회비준 절차까지 끝내버릴 작정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국민들은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Posted by manual

댓글을 달아 주세요